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소개 및 감상평
히가시노 게이고
Intro
히가시노 게이고는 제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명입니다. 고등학교 때 생일 선물로 받은『용의자 X의 헌신』을 탐독하고 푹 빠져버렸죠. 이 작가의 작품도 벌써 15개를 넘게 읽어보았습니다. 같은 책을 여러번 읽은 것까지 포함하면 20권쯤 되겠군요. 이 아티클은 아직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 혹은 읽어보고 싶은데 무엇부터 골라야할지 망설이는 사람들을 위한, 지극히 주관적인 안내글입니다.
평이하면서도 독특한 매력
제가 이 작가에게 매력을 느낀 가장 큰 특징 두 가지는 문체의 평이함과 스토리의 독특함입니다. 문체가 평이한 건 번역가의 역량 발휘도 일정 부분 있겠지만, 이 작가의 소설은 유난히 타 외국 소설에 비해 쉽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나치게 추상적이지도 또 구체적이지도 않은 상황 묘사는 독특한 스토리 구조를 더욱 빛나게 해줍니다.
스토리가 독특하다는 건 지나치게 뻔하지 않다라는 걸 의미합니다. 예상치 못한 반전은 물론이고, 다양한 상황과 주제, 겹치지 않는 살의와 살해 동기는 서둘러 다음 작품을 찾게 만들죠. 추리 소설 하면 으레 떠올리는 셜록 홈즈 시리즈 등 타 고전/하드보일드 추리소설들에 비해 다채로운 주제와 스토리를 띄고 있습니다.
게다가 작가가 전기공학과를 졸업해서인지, 유난히 과학적 내용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매력 포인트입니다. 『천공의 벌』에서는 원자력 발전이, 『용의자 X의 헌신』에는 수학적 지식이, 『라플라스의 마녀』와 『위험한 비너스』에는 뇌의학 지식이 스토리의 큰 축을 차지합니다. 과학의 등장을 반기시는 분들에게는 작품 내용이 마음에 들 지도 모르겠습니다.
괜찮게 읽은 작품들 중 7개를 뽑아 간단한 커멘트를 붙여보았습니다. 스포일러는 담고 있지 않습니다.
작품 소개
『가면산장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를 처음 접하는 분들께 제일 먼저 추천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스토리, 구조, 반전 모두 마음에 들었던 작품입니다. 가족의 기일을 맞아 어느 별장에 다같이 모여 밤을 보내던 중, 강도가 들어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소설입니다. 이 책만큼은 가급적 줄거리나 스포일러를 사전에 접하지 말고 읽기를 권장드립니다.
『위험한 비너스』
이 글을 작성하는 2017년 11월 현재 국내에서 가장 최근에 출간된 작품입니다. 뇌의학과 수학, 서번트 증후군 등 다양한 과학적 요소가 등장합니다. 전체적인 플롯 자체는 아침 막장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내용인데, 그 안에서 진행되는 서너 가지의 서로 다른 이야기가 소름끼치게 잘 맞물려 돌아갑니다. 부잣집 가장의 병사를 앞둔 집안에서 벌어지는 친자, 양자 간 유산 다툼 및 실종 등의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새벽 2시에 컴퓨터 포맷을 기다릴 겸 이 책을 펼쳤다가, 해가 뜬 다음에 마지막 장을 넘긴 기억이 있습니다. 추리 장르의 소설은 아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스토리 전개와 드라마틱한 요소가 120% 반영된 책입니다. 결말에 대한 여운과 후유증이 상당히 오래 남았습니다. 한밤중에 몸을 숨길 곳을 찾던 강도들이 어느 낡은 잡화점에 들어가 기묘한 일을 겪는 것이 주요 골자입니다.
『용의자 X의 헌신』
2012년에 『용의자 X』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된 덕분에, 어쩌면 한국에서는 가장 유명한 게이고의 작품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원작에 비해 영화가 별로라는 평이 많으니 가급적 원작부터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천재 수학자가 옆집에 사는 모녀의 우발적 범죄를 은폐하려 하고, 그 수학자의 친구이자 대학 동기였던 또다른 천재 물리학 교수가 그 진상을 파해치려는 두뇌 대결 스토리입니다.
『백은의 잭』
‘백은’은 작중 배경 무대인 하얀 눈이 덮인 스키장을, 잭은 하이재킹(항공기 등의 납치)을 의미합니다. 제목대로 스키장을 상대로 범인이 협박 작전을 벌이는 내용입니다. 마치 한 편의 명탐정 코난 극장판을 보는 느낌이 들었으며, 소개 드리는 다른 작품들에 비해 오락성이 강하고 가벼운 느낌이 있습니다. 읽는 내내 몰입도가 꽤 있었으며, 킬링타임 용으로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라플라스의 마녀』
“우주에 있는 모든 원자의 정확한 위치와 운동량을 알고 있는 존재가 있다면, 그 존재는 이를 토대로 과거, 현재의 모든 현상을 설명해주고 미래까지 예언할 수 있다.” 작품의 모티브가 되는 라플라스의 말입니다. 불행한 사고를 겪고 뇌 수술을 받은 소년과 소녀, 잇달아 벌어지는 우연한 사고, 그 안의 현실적 연결 고리를 찾아 나서는 과학자와 교수, 경찰들. 『위험한 비너스』만큼 과학적 내용이 자주 등장하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기린의 날개』
마지막으로 소개드릴 책은 또 한 편의 드라마틱한 결말을 지닌 작품입니다. 한 중년 남성이 칼에 찔린 채, 먼 길을 걸어기린의 동상 앞에서 생명을 다합니다. 그런데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불운의 사고로 혼수 상태에 빠집니다. 도저히 풀릴 것 같지 않는 이 사건이 각자 다른 목적으로 조사하던 피해자의 유족, 용의자의 연인, 그리고 경찰의 시각에서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는 스토리를 담고 있습니다.
이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소개를 마칩니다. 사실 『방과 후』나 『악의』, 『붉은 손가락』 등 더 소개드리고픈 책들이 있었으나, 지면을 과하게 썼고 책들에 대한 기억도 가물가물한 부분도 있어 생략했습니다. 추후 타 아티클에서 다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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